AI를 도입했지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기업의 인공지능 비즈니스 관점의 고찰
많은 기업이 챗GPT, RPA, AIOps, AI 비서 등 다양한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술만 바뀌었을 뿐, 사람과 조직, 업무 구조는 예전 방식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 기대했던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조직 내 성과에도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술 중심 혁신이 사람 중심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절반짜리 혁신’으로 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도구만 바뀐 혁신(tool-only innovation)’, 혹은 ‘AI 포장 혁신(AI washing)’으로 불린다. 외형적으로는 AI를 도입했지만, 실제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① 기술 중심 도입으로 조직 운영 방식이 그대로이고,
② 구성원의 역할은 바뀌지 않아 AI가 ‘추가 업무’로 인식되며,
③ 직무나 권한을 재설계하지 않은 채 기존 방식 위에 AI만 얹어지고,
④ 조직 문화와 리더십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며,
⑤ 직원 교육이나 AI 역량 강화 없이 도입만 서둘렀기 때문이다.
기업은 종종 AI가 사람을 대신해 업무를 혁신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사실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AI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사람, 조직, 평가 시스템이 함께 변화해야 비로소 진짜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에서, 보고 라인과 결재 체계가 과거 그대로라면 절감된 시간은 문서 재작성과 중복 검토에 다시 소모되고, 형식적인 보고 문화도 계속된다. 실제로 Deloitte와 Gartner 등의 연구에서도 AI·DX 실패 기업의 70% 이상이 ‘기술만 도입하고, 프로세스는 바꾸지 않은 공통된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진정한 혁신은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고 확장시키는 시대라면, 조직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첫째,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업무 흐름을 단순화하고, AI가 맡을 일과 사람이 책임질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둘째, 직무와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AI로 인해 사라지는 역할, 새롭게 생기는 역할, 더 고도화되는 역할을 다시 배치해 역할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셋째, AI 활용 역량을 조직의 핵심 역량으로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모든 직원이 AI를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된다.
넷째, 인사·평가 기준도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문서량이나 근무 시간이 아니라, AI 기반 생산성,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결과물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AI 도입은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기술 도입만으로는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 AI 혁신은 결국 사람,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기술만 바꾸는 혁신이 아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혁신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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